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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는 플랫폼 확장, 소형사는 폐업"…여행업계 양극화

박지은 기자2026.09.13
"대형사는 플랫폼 확장, 소형사는 폐업"…여행업계 양극화
홈플러스發 후폭풍…대리점 90곳 줄폐업 위기 한국 여행업계의 양극화가 최근 잇단 악재를 계기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받은 뒤 2주 안에 2000억 원을 조달하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될 상황에 놓이면서,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한 여행사 예약센터 90여 곳이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대리점 등급을 일반 대리점(로드숍)으로 전환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간판 교체 비용과 임대료 감면 등 상생 대책을 마련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형 홀세일 여행사가 하위 대리점을 지원하는 구조로, 정작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는 대리점들은 본사의 지원 없이는 스스로 버틸 체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모두투어 영업이익 64% 폭락…"긴급 비상경영" 선언 대형 홀세일 여행사조차 실적 부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모두투어는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4% 폭락한 28억 원에 그쳤다. 6월 전체 송객 인원은 전년 대비 31.1% 감소했고, 핵심 수익원인 패키지 송객은 28.0% 줄었다. 이에 회사는 경영진 보수를 최대 20% 삭감하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긴급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앞서 2024년에는 위메프발 대금 지연 사태까지 겹치며 임원진이 코로나 당시처럼 급료의 7할 가까이를 반환하기도 했다. 대형사조차 이런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형 여행사와 개인 대리점의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홀세일-대리점' 구조의 약점…"본사 위기가 곧 대리점 위기" 한국 아웃바운드 여행업계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양강 구도로 짜여 있는데, 이 두 회사는 모두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홀세일(도매) 여행사다. 실제 예약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대리점을 통해 이뤄지며, 소비자가 본사 직원과 직접 접촉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본사가 흔들리면 그 여파가 곧바로 전국 대리점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대리점 영업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약 90%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최근 몇 년간 위메프 사태와 홈플러스 사태 등 굵직한 위기가 잇따르면서 회복 흐름에 계속 제동이 걸리고 있는 모습이다. B2B 경쟁 격화…대형사·신흥 플랫폼이 대리점 시장까지 잠식 대형사들의 생존 전략은 온라인·B2B 영업 강화로 모아지고 있다. 하나투어는 대리점 사이트 개설을 지원해 온라인 영업 환경을 개선하고, 모두투어는 자사 홈페이지로 유입된 예약을 대리점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대리점 이탈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쟁에 기존 오프라인 대리점 기반 여행사들만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온라인 B2C 판매에 집중해오던 인터파크, 교원그룹의 '여행이지', 그리고 스타트업 기반의 마이리얼트립까지 대리점(B2B) 영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대리점 유통망을 둘러싼 경쟁 자체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전 하나투어 대표를 영입해 B2B 사업 강화에 나서는 등, 신흥 온라인 플랫폼들이 기존 대형사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는 양상이다. 직판 여행사·중견사, 저마다 다른 생존 전략으로 틈새 공략 이런 경쟁 속에서 중견 여행사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대리점 수수료를 낮춰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는 '직판' 시스템으로 실속형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특히 유럽 패키지 여행에서 강점을 보이며 가격 대비 품질을 앞세우고 있다. 노랑풍선은 동남아 지역에, 롯데관광은 유럽 지역에 강점을 갖는 등, 각 여행사가 특정 지역 상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대형사와의 정면 경쟁을 피해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이런 중견사들도 대형사의 자본력과 온라인 플랫폼의 편의성 사이에서 생존 공간을 찾아야 하는 이중 압박에 놓여 있다. 세대·소득별 여행 소비도 '이원화'…韓 관광 시장 전체의 흐름과 맞물려 이런 여행업계 내부의 양극화는 한국관광공사가 2026년 관광 트렌드로 제시한 '이원성'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초고가 럭셔리 여행과 가성비 중심 여행이 동시에 성장하는 경제적 양극화, 같은 세대 안에서도 여행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가치관의 다원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해질수록 여행업계 공급자 역시 대형사·직판사·온라인 플랫폼·개인 대리점으로 세분화되며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대형 여행사들은 자산과 시간적 여유를 가진 '실버 세대(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고마진 프리미엄 패키지에 집중하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과 신흥 서비스들은 가격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실속형 상품으로 시장을 나눠 공략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대리점 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어떻게 보완할지 대형사와 대리점이 유기적으로 얽힌 국내 여행업 유통 구조상, 본사의 위기가 곧바로 말단 대리점의 생존 위기로 이어지는 취약성이 반복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처럼 여행업과 무관한 외부 기업의 위기조차 대리점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는 만큼, 대리점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의 공세와 대형사의 자본력 사이에서, 중소형 여행사와 개인 대리점들이 어떤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향후 여행업계 양극화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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