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값 내려갔는데"…치킨값은 요지부동, 왜?
박지은 기자2026.09.14

육계 시세 반년 만에 36% 급락…치킨값은 '그대로'
올 상반기 치솟았던 닭고기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하는 치킨값은 요지부동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9~10호 닭고기 시세는 지난 4월 평균 ㎏당 5172원에서 8월 4263원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11일 기준으로는 3308원까지 하락했다.
4월 대비 36%나 급락한 수치다.
이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닭 공급이 부족했던 상반기와 달리, 최근 공급 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원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닭값 오를 땐 양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더니, 내릴 땐 왜 그대로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지 시세와 실제 공급가는 다르다"…업계 항변의 논리
업계는 이런 지적에 대해 산지 시세와 프랜차이즈가 실제 공급받는 계육 가격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육계 가격은 살아있는 닭을 기준으로 한 가격이고, 실제 프랜차이즈가 공급받는 신선육이 되기까지 가공·염지·포장·물류 등 여러 비용이 추가된다"며 "현재 육계 가격이 일부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치킨 가격 조정이나 큰 폭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육업체 간 거래 방식도 당일 산지 시세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단위의 공급계약이나 계약 조건에 따라 산지 시세를 일부만 반영하는 방식도 있어, 산지 가격 하락이 실제 공급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에는 상한선 있는데 하한선은 없다"…비대칭 구조 비판
다만 이런 업계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가격 조정 구조 자체가 비대칭적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교촌치킨의 경우 가맹점에 공급하는 계육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해뒀는데, 이는 시중 닭 가격이 크게 뛸 때 본사가 일정 부분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문제는 반대로 닭값이 떨어질 때 이 공급가를 함께 낮추는 '하한선'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격이 오를 때는 소비자가와 원가 상승이 함께 연동되지만, 내릴 때는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곧바로 전달되지 않는다.
"AI 재발 우려·튀김유값까지"…업계는 여전히 '방어 태세'
업계는 육계 가격 하락에도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배경으로 겨울철 AI 재확산 가능성을 가장 먼저 꼽는다.
종란(부화용 유정란) 부화 후 육계 출하까지 100일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겨울철 AI가 재발할 경우 언제든 공급난과 가격 급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육용종계 부족과 생산성 저하까지 겹치며 닭값이 급등했는데, 당시 정부가 육용종란 800만 개를 긴급 수입했음에도 단기간 내 수급 안정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식용유 원료인 대두유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 1년 전보다 50%가량 오르는 등, 닭고기 외에 튀김유와 포장재 등 다른 원가 요인들도 여전히 치킨업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는 가격 하락 자체보다는 안정적인 수급 상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를 더 주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식 인하 대신 '우회 마케팅'…쿠폰·포장할인으로 여론 달래기
이런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택한 대응 방식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공식적인 판매가 인하 대신, 자사 애플리케이션 쿠폰 발행이나 포장 할인, 아시안게임·연말연시 제휴 프로모션 같은 우회적 마케팅으로 여론을 달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표면적인 가격표는 그대로 둔 채, 선택적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 불만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풀이된다.
치킨값이 배달비를 포함해 3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런 우회적 대응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I 재확산 없이 수급 안정이 얼마나 지속될지
육계 시세 하락이 실제 치킨값 인하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겨울철 AI 재확산 없이 안정적인 수급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돼야 한다.
다만 업계가 원가 상승기에는 신속하게 가격을 인상하면서 원가 하락기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비대칭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닭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치킨값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