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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하게"…한국 브랜드를 '학습'하러 오는 중국인들

박지은 기자2026.09.14
"벤치마킹하게"…한국 브랜드를 '학습'하러 오는 중국인들
145만 명 시대…'목적지→일정' 대신 '관심사→콘텐츠→방문'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4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방한 외래관광객이 476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인은 30.5%로 단일 국가 기준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가자 → 서울 가자 → 명동 들르자'는 식으로 목적지와 일정, 활동 순서로 여행을 계획했고 정보 원천은 여행사나 가이드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관심사 → 샤오홍슈 콘텐츠 발견 → 목적지 결정 → 방문'이라는 흐름으로 재편됐다. 한국 브랜드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관심사와 연결되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 브랜드를 중국에서도 보고 싶다"…소비가 아닌 '체험 학습'으로 이런 변화 속에서 중국인 여행객들이 한국을 찾는 목적 자체도 바뀌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반복적인 인플루언서 체험단이나 리뷰 중심 홍보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브랜드가 만든 공간과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하고 콘텐츠로 소비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국 이용자들은 "한국에 가면 꼭 방문해보고 싶다", "이 브랜드를 중국에서도 만나보고 싶다"는 반응을 남기며, 실제 방문과 소비 의향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콘텐츠가 브랜드 경험을 만들고, 그 경험이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한국 브랜드가 어떻게 공간과 콘텐츠를 설계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지 그 '작동 방식' 자체를 직접 보고 배우려는 성격을 띤다. 제주 로컬 호텔부터 강릉 촬영지까지…감성 브랜딩이 새 동선 창출 이런 흐름은 실제 지역 관광지와 숙박업계의 지형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제주 애월 지역의 한 로컬 호텔은 그동안 중국인들이 선호하던 공항 인근이나 제주시 중심가 대신, 감성 여행 콘텐츠 중심의 브랜딩 전략으로 새로운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강릉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되는데,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을 찾은 한 중국인 관광객은 "드라마처럼 목도리는 없지만 대신 빨간색 옷을 입고 왔다"며 "같은 구도로 사진을 남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버스 정거장 이름까지 '도깨비 촬영지'로 바뀌었을 정도다. 이는 중국인 여행객들이 콘텐츠 속 장면을 실제로 재현하고 그 공간이 어떻게 브랜드화됐는지를 체험하려는 성격이 강함을 보여준다. 샤오홍슈 월간 아웃바운드 이용자 1억3000만 명…'발견'과 '충동'의 이원 구조 이런 여행 패턴 변화를 이끄는 플랫폼은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小紅書)다. 2025년 기준 샤오홍슈의 월간 아웃바운드 여행 활성 이용자는 1억300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90% 이상이 적극적으로 여행 관련 검색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샤오홍슈가 '발견과 검색'을, 도우인(중국판 틱톡)이 '충동적 발견'을 각각 담당하는 이원적 구조로 파악하고 있다. 즉 샤오홍슈에서 특정 브랜드나 공간에 대한 콘텐츠를 검색해 목적지를 결정하고, 도우인의 알고리즘 피드를 통해 계획하지 않았던 콘텐츠에 충동적으로 반응해 일정을 바꾸는 식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한국 브랜드와 지자체들은 매장 계정이나 브랜드 계정을 통해 '2026 여름 한국 추천' 같은 콘텐츠를 직접 발행하고, 반응이 좋은 소재를 도우인 광고로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 '한일령' 여파에 반사이익…"안전·비자·직항서 한국 우위" 2025년 11월 일본 정부의 대만 유사시 파병 가능성 언급 이후 중국 외교부가 일본행 여행 주의 권고를 발령하면서, 중국 여행사들이 일본 패키지 판매를 급격히 줄이는 이른바 '한일령'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2026년 1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60% 급감했는데, 이렇게 빠져나간 수요가 한국과 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안전성과 비자, 직항이라는 3대 결정 요인에서 한국이 장기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런 제도적 편의 이상으로 콘텐츠 중심의 변화가 이 열풍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도 '콘텐츠'로 응수…한중 관광 경쟁 구도로 확대 이런 콘텐츠 중심 여행 트렌드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무비자 입국 시대가 열리며 중국 여행의 판도 역시 과거 장가계·백두산 같은 풍경구 중심의 단체관광에서, 도시 중심의 개인화된 여행으로 재편되고 있다. 카메라를 든 한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상하이·선전 같은 도시를 배경으로 라이프스타일 영상을 만들며, 중국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낡은 풍경'에서 '트렌디한 시티워크'로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이 서로 콘텐츠 중심의 전략으로 상대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양방향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회성 방문을 재방문·재소비로 연결할 수 있을지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긍정적 경험을 쌓으면 복수비자를 활용한 재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본 여행 제한이라는 대외 변수가 해소되더라도, 한국 시장이 안전성·비자·직항이라는 강점을 통해 장기적 수혜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지속되려면, 한국 브랜드와 지자체가 중국 소비자가 실제로 관심을 갖는 '관심사'와 연결된 콘텐츠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이제는 한국 브랜드의 콘텐츠 전략 자체를 배우고 벤치마킹하는 '학습자'로서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는 만큼,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품질 경쟁이 향후 한국 관광·브랜드 산업의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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