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줄었다"…수성 수축, 기존 추정치보다 30% 더 컸다
한지훈 기자2026.09.15

독일항공우주센터 연구팀, "마른 과일처럼 쪼그라들었다"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인 수성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쪼그라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 우주연구소의 가쿠 니시야마 박사가 이끈 국제 연구팀은 수성이 기존 추정치보다 10~30% 더 많이 수축했으며, 행성이 형성된 이후 지름이 최대 23㎞(14.5마일)까지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성의 지형적 특징을 마르면서 쭈글쭈글해지는 과일 껍질에 비유했다.
내부가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면, 바깥쪽 암석층이 그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주름지고 갈라지며 '단애(scarp)'와 '융기 능선(ridge)' 같은 지형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46억 년 전 격렬한 충돌로 형성…식으면서 계속 쪼그라들어
수성은 다른 암석형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약 45억 년 전 태양 주위를 돌던 암석과 소행성들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만들어졌다.
이 충돌 에너지가 엄청난 열을 발생시켰고, 수성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 열을 잃어가고 있다.
마치 추운 날씨에 내놓은 풍선처럼, 수성의 내부는 식으면서 수축했고 바깥쪽 암석층은 이런 크기 변화를 감당하기 위해 구겨지고 갈라지며 단애와 융기 능선 같은 지각변동 지형을 형성했다.
크레이터 잔해가 수축 흔적 가려…"기존 관측이 과소평가"
이번 연구는 왜 그동안 수성의 실제 수축 규모가 과소평가돼왔는지를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운석 충돌구(크레이터)에서 나온 잔해와 파편들이 수성 표면에 쌓이면서, 수축 흔적을 보여주는 지형적 특징들을 상당 부분 가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표면 거칠기(surface roughness) 효과 때문에 실제보다 작은 수축량이 관측돼왔다는 것이다.
니시야마 박사는 "30%라는 수치는 다소 놀랍지만, 보정된 수축량은 오히려 제 생각에는 합리적"이라며 "업데이트된 수축 추정치가 물리학 예측과 더 잘 들어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성이 실제로 얼마나 냉각되고 수축했는지에 대한 관측 결과가, 이론적 예측치와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MESSENGER는 5㎞ 이상 지형만 측정…"실제로는 더 클 수도"
이번 연구는 2015년 임무를 종료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수성 탐사선 '메신저(MESSENGER)' 관측 자료를 활용해 진행됐다.
다만 니시야마 박사는 이번에 보정된 수치조차 여전히 과소평가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메신저가 수집한 기존 수성 자료는 폭 약 5㎞ 이상 크기의 지형만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수축 흔적은 여전히 포착되지 못한 채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런 가려진 지각변동 구조를 고려하면 수성의 실제 수축량이 기존 추정치보다 최대 40%까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월 베피콜롬보 궤도 진입…"더 정밀한 레이저 측정 시작된다"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해줄 열쇠는 이미 우주를 항해 중이다.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공동 임무인 '베피콜롬보(BepiColombo)'는 인류 역사상 세 번째 수성 탐사선으로, 오는 11월부터 수성 표면에 대한 더 높은 해상도의 정밀 관측을 시작할 예정이다.
베피콜롬보에 탑재된 레이저 고도계(BELA)는 훨씬 미세한 규모까지 표면 거칠기를 측정할 수 있어, 지금까지 완전히 포착하지 못했던 작은 융기 능선과 단애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신저가 수성 북반구에 대해서만 고해상도 자료를 수집했던 것과 달리, 베피콜롬보의 수성 궤도선(MPO)은 남반구를 포함한 수성 전체의 지형과 표면 거칠기를 측정하는 최초의 임무가 될 전망이다.
"핵 크기·구성 알아내는 창"…달 등 다른 천체에도 적용 가능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션 번 박사는 "수성이 얼마나 수축했는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내부 층 구조와 핵의 크기·구성, 지각변동과 화산활동의 역사, 자기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훨씬 많은 것을 더 잘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니시야마 박사 역시 "수축이 더 많이 일어났다는 것은 수성이 더 큰 금속 핵을 가졌거나, 핵에 섞인 규소 같은 가벼운 원소가 더 적거나, 처음 형성 당시 온도가 더 높았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에 밝혀진 '표면 거칠기로 인한 수축 과소평가' 효과가 수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표면이 수성보다 훨씬 거친 달을 포함해, 다른 암석형 천체의 지각변동 구조를 해석하는 데에도 이런 효과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베피콜롬보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숨은 수축 흔적을 찾아낼지"
이번 연구가 기존 수성 수축 추정치를 뒤집는 중요한 재해석이지만, 진짜 검증은 베피콜롬보의 실제 관측 데이터가 도착한 뒤에야 가능하다.
번 박사는 "이 새로운 자료가 이번 연구를 비롯한 여러 전 지구적 수축 논문들이 맞는지 검증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저는 이 논문들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암석 행성에 대해 우리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1월 베피콜롬보가 수성 궤도에 진입한 뒤 본격적인 고해상도 관측이 시작되면, 수성의 진짜 수축 규모와 그 속에 감춰진 행성 내부의 비밀이 더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