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영업 대출 1100조 시대…취약차주 연체율 '경고등'

박지은 기자2026.09.22
자영업 대출 1100조 시대…취약차주 연체율 '경고등'
대출 잔액 1098조5000억…전체 금융권 대출의 28.2% 한국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나며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8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금융권 대출의 28.2%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조6000억 원 늘어났지만, 전반적인 증가세 자체는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대출 증가 속도가 느려졌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은행권과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대출은 덜 늘었는데 빚은 더 곪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12.71%…"5명 중 4명 다음 분기도 연체" 가장 심각한 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상태인 '취약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이다. 이들의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4.36%에서 최근 12.71%까지 치솟으며 4년여 만에 약 3배 수준으로 뛰었다. 더 우려되는 점은 한번 연체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한 자영업자 5명 중 4명(82.3%)은 다음 분기에도 연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의 부실 위험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앞서 지난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글로벌 긴축 기조가 재점화된 만큼, 국내 자영업자들의 금융 부담이 추가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신용등급별 '양극화' 뚜렷…9등급 연체율 5년 새 5배 급등 같은 자영업자라도 신용등급에 따라 처한 상황은 극명하게 갈린다.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을 신용등급별로 분석한 결과, 금융감독원 표준 10등급 체계 기준으로 3등급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1년 말 0.07%에서 올해 8월 말 0.05%로 낮아졌다. 반면 5등급은 같은 기간 0.06%에서 0.46%로 상승했고, 저신용 구간으로 갈수록 격차는 더 벌어졌다. 7등급 연체율은 1.68%에서 6.58%로 약 3.9배, 9등급은 4.56%에서 23.58%로 5배 넘게 치솟았다. 고금리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중·고신용 차주는 상대적으로 버텨낸 반면, 저신용 차주는 벼랑 끝으로 몰리는 '양극화'가 뚜렷해진 셈이다. 폐업 사업장 13.9%…1분기 매출 4258만 원, 전분기 대비 13.4%↓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금액은 14조6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2.6%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연체가 11조900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4.1% 감소했던 연체액이 3개월 만에 다시 큰 폭으로 뛴 것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360만8000개 사업장 가운데 이미 폐업한 사업장은 13.9%(50만1000개)에 달했으며, 폐업한 사업장의 평균 대출 잔액은 6435만 원, 평균 연체액은 742만 원으로 집계됐다. 사업장당 1분기 매출도 4258만 원으로 전 분기보다 13.38% 줄었다. 60대 이상 폐업 '나 홀로 증가'…빚 부담도 가장 무거워 다른 연령대의 폐업은 정체되거나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 폐업 비중은 2023년 22.3%에서 지난해 24.4%(23만7000개)로 매년 나 홀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은퇴 후 별다른 준비 없이 생계형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경쟁에서 밀려난 사례가 많다는 분석이다. 폐업을 결심할 당시 짊어진 빚의 무게도 연령대가 높을수록 컸는데, 60대 이상은 평균 9897만 원, 50대 8424만 원, 40대 7673만 원, 30대 7295만 원, 20대 이하 3567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 반발…"지불능력이 이미 한계"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며 자영업계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용노동부에 '2027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하고 재심의를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17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66%가 최저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노동계는 오히려 올해보다 14.7% 높은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어 입장차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가게를 정리하려 해도 들어올 사람이 없어 권리금은커녕 남은 대출만 떠안은 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정부, 폐업 이후 상환 부담 완화 나서…7년 연장·금리 인하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폐업 이후에도 이어지는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2026년 하반기부터 폐업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상환부담 완화 제도가 시행되는데, 2023년 이후 정책자금 직접대출을 받고 2025년 이후 폐업한 소상공인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경우 상환기간을 최대 7년까지 연장받을 수 있다. 취업 후 1년 이상 근속하면 대출잔액에 대해 0.5%포인트 금리 인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는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환 속도를 조정해 재기의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인 만큼, 실제 혜택은 대출잔액과 이자율, 상환방식에 따라 달라져 신청 전 본인의 대출 유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리 인상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 취약차주를 선별 지원할 수 있을까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에서 금리 인상의 충격이 취약가계와 중소기업에는 약 9개월 뒤 최대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일률적 지원보다는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11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저신용·고령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국내 통화정책에도 긴축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이 취약 자영업자에 대한 선제적 지원책을 얼마나 신속하게 마련하느냐가 향후 자영업 시장 안정의 변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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